“바닥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다리가 잠깐 풀려요.”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가 굳고, 바로 걷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불편으로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금 움직이고 나면 괜찮아지지만, 일어서는 순간에는 몸을 믿고 딛기가 어렵다고 하십니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고 하면 허리디스크나 신경 문제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저 역시 먼저 다리의 근력과 감각, 반사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어느 자세에서, 어떤 순서로 움직일 때 불편해지는지 묻습니다.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오래 앉아 있을 때와 몸을 펴는 순간의 증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은 척추뼈 사이의 ‘신경공’이라는 통로를 지납니다. 이 공간은 허리를 굽히거나 펴는 움직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집니다.
2013년 발표된 동적 MRI 연구에서는 허리를 굽힌 자세에서 편 자세로 바꿀 때 신경공 면적이 평균 약 30% 감소했습니다. 디스크가 뒤쪽으로 불룩해지는 정도와 척추 분절의 움직임도 공간 변화에 관여했습니다.[1]
이는 신경이 지나는 공간을 이해할 때 자세와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보통 촬영하는 MRI는 누운 상태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반면 생활 속에서는 의자에서 일어나고, 바닥을 짚고 몸을 세우고, 한쪽 다리로 체중을 옮깁니다. 이 과정에서 허리에 실리는 무게와 관절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MRI에서 어떤 소견이 있었나요?”와 함께 “일어날 때 어느 순간이 가장 불편한가요?”를 묻습니다. 몸을 세우기 전부터 아픈지, 허리를 펴면서 불편한지, 첫발을 디딜 때 힘이 빠지는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골반 주변도 함께 살핍니다.
척추 아래의 천골과 양쪽 골반뼈가 만나는 곳에는 천장관절이 있습니다. 이 부위에서 시작된 통증은 엉덩이와 다리 쪽으로 이어져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있는 환자 186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천장관절과 관련된 통증이 요추 신경근 문제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2]
따라서 엉덩이 주변이 아프고 다리가 불편하다면 허리뿐 아니라 천장관절과 고관절도 확인합니다. 통증의 위치, 관절에 부하를 주었을 때의 반응, 신경학적 검사 결과를 연결해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하나는 ‘힘이 빠지는 느낌’의 성격입니다.
통증은 근육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아픈 동작을 피하면서 몸을 천천히 움직이거나, 특정 부위에 힘을 과하게 주거나, 필요한 순간 충분히 힘을 쓰지 못하는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 15명을 대상으로 허리 근육에 통증을 유발한 실험에서는 몸통을 펴는 운동 중 여러 허리 근육의 활동이 감소했습니다.[3]
이런 연구를 참고해 진료에서는 실제 근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있는지, 통증이 생기는 순간에 움직임이 멈추는지를 나누어 확인합니다.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힘, 뒤꿈치나 발끝으로 걷는 동작, 감각과 반사 등을 함께 살핍니다.
치료 계획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오래 앉은 뒤 허리와 엉덩이가 굳는지, 몸을 일으킬 때 허리 한쪽에 힘이 몰리는지, 고관절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허리 주변 근육과 둔근, 허벅지 뒤쪽의 압통과 움직임도 살펴봅니다.
침치료는 진찰에서 확인한 통증 부위와 근육의 반응을 바탕으로 적용합니다. 통증을 줄이고 움직일 때 불필요하게 힘을 주는 부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추나치료는 관절의 움직임과 증상이 나타나는 방향을 확인한 뒤, 환자의 상태에 맞춰 가동 범위와 강도를 정합니다. 이후에는 일어나기나 걷기 같은 동작을 다시 해보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생활에서 반복되는 부담도 함께 조절합니다.
오래 앉아 일한다면 중간에 자세를 바꾸고 짧게 움직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바닥에서 일어나는 동작이 불편하다면 옆으로 돌아누운 뒤 팔로 지지하며 몸을 세우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운동은 현재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시작해 반응을 보며 늘려갑니다.
치료의 경과는 생활에서 확인합니다.
의자에서 일어설 때 주저하는 시간이 줄었는지, 첫발을 편하게 디딜 수 있는지, 오래 앉은 뒤에도 걷기가 수월해졌는지를 살핍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양상이 달라지면 진단과 치료 계획을 다시 검토합니다.
저희 초음한의원은 검사 결과와 함께 환자분이 불편을 느끼는 순간을 듣겠습니다. 허리와 골반의 움직임, 다리의 신경학적 상태를 연결해 일상에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을 함께 찾아가겠습니다.
다만 배뇨·배변 이상, 회음부 감각 저하가 새로 생겼다면 즉시 의료기관에서 평가받아야 합니다.
참고문헌
1. Singh V, Montgomery SR, Aghdasi B, Inoue H, Wang JC, Daubs MD. Factors affecting dynamic foraminal stenosis in the lumbar spine. Spine J. 2013;13(9):1080–1087. doi:10.1016/j.spinee.2013.03.041. PubMed
2. Visser LH, Nijssen PG, Tijssen CC, van Middendorp JJ, Schieving J. Sciatica-like symptoms and the sacroiliac joint: clinical features and differential diagnosis. Eur Spine J. 2013;22(7):1657–1664. doi:10.1007/s00586-013-2660-5. PMC
3. Dickx N, Cagnie B, Achten E, Vandemaele P, Parlevliet T, Danneels L. Changes in lumbar muscle activity because of induced muscle pain evaluated by muscle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Spine (Phila Pa 1976). 2008;33(26):E983–E989. doi:10.1097/BRS.0b013e31818917d0.